러시아의 남중국해 정책

러시아의 남중국해 정책

러시아에게 남중국해 문제는 두 레벨의 정책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알렉산더 코롤레브 박사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러시아의 공식 입장은 분쟁에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외부 지역 국가라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남중국해 분쟁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이 문제에 관해 “어느 쪽의 입장도 지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불개입 원칙의 이면을 살펴보면 러시아는 인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및 에너지를 거래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러시아가 남중국해에 직접적인 영유권은 갖고 있지 않지만 남중국해 분쟁의 진행 상황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전략적 목표, 국익, 조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0년까지 진행되는 러시아의 거대한 군현대화 프로그램 중 4분의 1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본부를 둔 태평양 함대에 배정되어 먼 해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장비를 확충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협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러시아의 “자연스런 파트너이자 동맹”이라고 부르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양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조인트 씨 2016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는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중국 구단선 영유권 주장에 대해 판결을 내린 후 중국과 다른 나라가 남중국해에서 실시한 첫 훈련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베트남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증진되고 있다. 러시아-베트남 관계는 러시아-중국 관계와도 비교할 수 있는 “종합 전략 파트너십”으로 승격됐다. 러시아와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공동 가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러시아는 이와 더불어 캄 란 해군기지에 다시 주둔하고 베트남에게 국방 강화용 첨단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실제 행동은 공식적으로 발표한 중립 원칙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나라인 중국 및 베트남과 동시에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러시아의 의도는 해석하기 힘들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외교 정책의 다양한 측면을 통합하는 종합적인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강대국들은 특정 영역에서 중복되기도 하는 다단계 외교 정책 게임을 진행하곤 한다. 러시아에게 있어 남중국해 문제는 두 가지 레벨의 정책, 즉 체계적인 반헤게모니 밸런싱과 비체계적인 지역 헤징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해군의 날을 맞아 러시아 군함과 잠수함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강에 정박되어 있다. [AP 통신]

첫 번째 레벨인 체계적 밸런싱은 글로벌 파워 분산과 주요 위협 인식에 따라 진행된다. 조지아, 우크라이나, 시리아의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체계적인 균형자로서의 러시아는 여러 면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도전한다. 시스템 리더(미국)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는 자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도전하는 중국과 협력을 추진한다.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의 외부 위협 평가는 양국 모두 미국 정책을 위협으로 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체계에서 일어난 압박과 이에 대한 저항감은 러시아와 중국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남중국해가 러시아에게 갖는 의미는, 중국의 국익에 반대하지 않으며 암묵적으로라도 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는 큰 글로벌 게임의 일부다.

두 번째 레벨인 지역 헤징은 국내와 지역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러시아의 지역 연결 고리를 다양화하고 인도 아시아 태평양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이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불안정성을 피하는 데 목적을 둔 여러 정책의 조합을 통해 구현된다. 또한 에너지, 인프라, 무기 거래를 통한 상업적 이익 추구도 이끈다.

러시아는 베트남과 무기 수출, 군사 기술 협력, 공동 에너지 프로젝트 등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패권과 이해 사이의 균형을 잡고 아시아 내 파트너 목록을 다양화하며 동시에 베트남을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으로 진출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중국의 정책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베트남의 남중국해 관련 우려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두 레벨이 교차하면서 러시아의 남중국해 정책은 본질적으로 모호해진다.

이러한 “두 레벨 게임”이 가진 가장 큰 함의는, 러시아 및 러시아의 정책 대응에 있어 남중국해 분쟁의 성격은 상수라기보다 변수라는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이 지역의 주권 문제에서 중국-미국의 대결 영역으로 변질될수록,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반대하는 특성이 강해질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개입이 적어지면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정책은 시스템 레벨 밸런싱에서 지역 헤징으로 옮겨갈 것이다.

현재까지 남중국해에 대한 러시아의 두 레벨 정책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운영되고 있다. 베트남에게 있어 러시아와의 협력은 그 자체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긴밀한 중국-러시아 관계를 고려할 때 베트남이 원하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은 러시아의 무기와 장비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경험이 있다. 한편 러시아의 정책은 중국의 전략적 계산과도 맞아 떨어진다. 긴밀한 군사 요소를 포함한 러시아-베트남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일견 중국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베트남-미국 동맹이 견고해지지 않도록 막는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대베트남 무기 수출이 불만이긴 하지만 이러한 무기 수출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경우 베트남의 군 계약 다변화 정책이 미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중국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이 국제화되는 데 단호히 반대하면서도, 러시아의 개입 확대는 물론 러시아-베트남의 군사 협력까지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 및 베트남과 각각 협력하면서 자신의 지역적 목표와 글로벌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인도 아시아 태평양 패권 균형에서 입지를 늘리고 미국-베트남 관계 진전의 속도를 늦추면서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여 다자간 협상 여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게는, 중국과 베트남 중 일방이 완승하는 상황보다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동서센터는 본 기사를 “러시아의 남중국해 정책이 가진 두 가지 레벨”이라는 제목으로 아시아 퍼시픽 불리틴 2017년 3월호에 처음 발표했다. 아시아 퍼시픽 불리틴에 소개된 견해는 저자의 견해이며 동서센터나 저자가 관련된 기타 조직의 정책 혹은 입장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본 기사는 허가를 받아 포럼에 게재됐고 포럼 양식에 맞게 편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