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심화

불평등 심화

경제 격차로 안보 위험이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미 윈 버드(Miemie Winn Byrd) 박사 기고 | 사진: 로이터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2015년 11월 파리 테러 공격이 일어나자 집요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이슬람 국가의 부상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세계 불평등의 미래에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2014년 그는 베스트셀러에 오른자신의 저서《21세기 자본》을 통해 불평등에 대한대중의 관심을 크게 높였다. 이 책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거세게 일어났으나, 1936년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었다.

인도 정부가 빈곤층에게 보조금 지원 식량 대신 현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하자 운동가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로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같은 현대 경제학의 거물들이 나날이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해 경종을 울렸지만 피케티만큼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의 로버트 웨이드(Robert Wade)교수에 따르면 피케티의 저서는 불평등은 공공 정책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기존 다수의 입장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논박함으로써 부와 불평등에 대한 논의의 차원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더불어 피케티의 저서는 자본주의를 둘러싼 차세대 의제도 설정하고 있다.

불평등 심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의 저서가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더욱 확장되고 격렬해졌다. 2018년 1월에는 프란치스코(Francis) 교황도 외교단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불평등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강하고 부유한 자들에 의해 현대적인 형태의 이념적 식민화가 일어나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이 더욱 고통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피케티는 불평등 심화가 사회 내 경제, 사회, 정치적 취약성을 만들어내고 이는 약화될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아 여전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서 피케티와 그의 동료들은 1980년 이후 소득 불평등이 북미와 아시아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유럽에서는 완만하게 증가했으며 중동,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브라질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높은 성장으로 인해 세계 인구 가운데 소득 기준 하위 50퍼센트는 소득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위 1퍼센트는 1980년 이후 지금까지 하위 50퍼센트 전체와 동일한 규모의 부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소득 불평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OECD 국가의 지니 계수가 지난 20년 사이 평균 3포인트 증가한 것은 같은 기간 동안 연간 경제 성장이 0.35퍼센트 감소한 것과 상관 관계가 있으며 이는 이 기간에국내총생산이 8.5퍼센트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34개 OECD회원국 중 호주, 일본, 한국, 뉴질랜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인도 태평양에 있다.

1912년 이탈리아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Corrado Gini)가발명한 지니 계수는 0부터 1 사이의 수치로 표현되며 1은불평등이 최대인 경우, 즉 한 사람이 소득을 독차지하고 전 세계의 나머지는 소득이 없음을 뜻한다.

세계은행의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 수석 경제학자는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사회 안정성과 사회 구조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한편 영국의 전염병학자 리차드 G 윌킨슨(Richard G. Wilkinson)과 케이트 피켓(Kate Pickett)은 최근 연구를 바탕으로 불평등이 증가하면 사회 자본이 무너진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밀라노비치의 경고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 사회 자본은 사회의 결속력과 신뢰 수준으로 정의되며 사회 자본이 감소하면 사회가 불안과 분쟁에 취약해진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지속적인 불의로 인해 격차, 불평등, 배타주의가 일어났다고 인식할 경우 기본적인 본능을 바탕으로 강력한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 센트럴 워싱턴 대학교의 행동 및 진화 생물학 연구원들은 공정성이 인간의 유전자에 깊이 뿌리내린 본능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난한 계층”이 불평등의 원인을 기회와 자원 접근의 불공정성에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황은 특히 위험해진다.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글로벌 애티튜드 프로젝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퍼센트 이상이 자국의 경제 체계가 부유층에게 유리하다고 인식했다. 불의에 대한사람들의 이 같은 인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과 불안정으로
연결되는 만큼, 정책 결정자와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의 증가와 불평등 심화의 증거 및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각심을 갖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버드 및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원들은 1996년 발표한 연구에서 1960년부터 1985년까지 70개 나라의 소득 불평등과사회정치적 불안정성을 측정했다. 이 연구 역시 소득 불평등이심화될수록 사회 정치적 불안도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그보다 앞서 상대적 빈곤, 좌절과 공격성 사이의 연관 관계를 찾아낸 정치학자 테드 거(Ted Gurr)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메릴랜드 대학교 명예 교수인 거는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 분노와 좌절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 교수의 “좌절 및 공격”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좌절하면 좌절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대상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생물학적 본능을 갖고 있다.

필리핀 케손 시에서 불법 점유지의 주민들이 철거 작업에 항의하고 있다.

알카에다나 이슬람 국가 같은 운동이 세계 곳곳의 지역 사회에서 이러한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며 소외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악용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자명하다. 실제로 많은 분리주의 운동, 반군, 무장 분쟁, 테러 그룹, 폭력 충돌이 이러한 보편적인 본능을 활용하여 추종자를 모집, 동원하고 있다.

추가 부작용

많은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정치적 불안정 사이의 상관 관계는 이해하는 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공 보건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4년 하버드 대학교의 SV 수브라마니언(S.V. Subramanian)과 이치로 카와치(Ichiro Kawachi) 연구원은 전 세계 6000만 명을 아우른 전염병학 연구를 메타 분석하여 불평등과 부실한 건강 상태 사이의 관계를 밝혀냈다. 2009년에는 영국의 전염병학자 윌킨슨과 피켓 역시 불평등이 비만, 십대 출산, 정신병, 약물 과다 복용, 사망률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실업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여러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분명히 밝혀져 있다. 윌킨슨과 피켓은 또한 심각한 불평등이 높은 비율의 적대성, 살인, 인종차별, 구속과 상관 관계에 있으며 낮은 수준의 신뢰, 사회 자본, 교육 성과, 사회 이동성과도 연결됨을 알아냈다.

아시아의 평등 약화

피케티는 파리 경제 대학원에 근무하면서 20개 나라의 3세기에 걸친 소득 및 부의 분배 데이터를 분석하여 저서를 집필했다. 이와 함께 세계은행(WB)과 아시아 개발 은행(ADB)도 인도 태평양 지역의 불평등 심화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지난 20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했으나 부유층의 부 축적 속도가 빈곤층을 훨씬 앞지르면서 빈부 격차도 커졌다.

자본주의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시장 기반 경제 모델은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탄생시켰다. 이러한 상황이 정부 내 만연한 부패와 결합하고 종종 정실 자본주의와 독점으로 이어지면서, 성장과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되어 왔다. 이 같은 인식 증가는 퓨 리서치 센터의 2013년 글로벌 애티튜드 프로젝트에서 아시아의 응답자 60퍼센트 이상이 자국의 경제 시스템이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답변하면서 분명히 드러났다.

인도 뭄바이 길거리에서 집 없는 어린이들이 잠을 자고 있다. 학자들은 경제적 격차가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가난한 계층” 사이에서는 정치 제도가 정당성을 잃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인종, 민족, 종교 사이의 불공평이 심화될 경우 분노와 불만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은 평화로운 집회부터 범죄 행위, 사회 불안, 정치 폭력, 군사 쿠데타, 무장 분쟁, 혁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인도 태평양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닐 스멜서(Neil Smelser)는 자신의 저서《테러리즘의 얼굴: 사회 및 심리학적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격차의 인식이 “나머지 배타주의를 더욱 드러내고 악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의 효과는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버마의 민족 분쟁과 필리핀 남부 및 태국에서 일어난 무슬림 봉기 같은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역 내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는 것은 아시아 개발 은행과 세계은행뿐이 아니다. 2013년 세계 경제 포럼은 업계, 정부, 학계, 시민 사회의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50가지 위험을 평가하고 향후 10년 내 발생 가능성과 영향을 바탕으로 위험 순위를 매겨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서 “심각한 소득 격차”가 1위로 평가됐다. 옥스팜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의 부 가운데 상위 1퍼센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9년44퍼센트에서 2014년 48퍼센트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2018년 3월 기준으로 포브스 잡지의 억만장자 목록에 포함된 사람의 수는 2208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부의 합계는 2017년 미화 7조 7000만 달러에서 9조 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포브스 미디어의 루이자 크롤(Luisa Kroll)과 케리 A 돌란(Kerry A. Dolan) 부편집자는 “극부유층이 계속 부유해지면서 나머지 인구와의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불평등 확대

불평등 문제에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경제가 취약한 상태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면 부정적인 효과를 자체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 문제는 이론적 경제 문제라기보다 실제 정치 문제”라면서 경제 불평등으로 인해 “극소수의 고소득 및 부유층 엘리트가 정치 과정을 장악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쿄에서 한 여성이 어린이 빈곤 퇴치를 위한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 불평등이 정치 불평등과 연계되어 있는 셈이다. 뉴욕 대학교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 역시 “불평등을 올바로 다루지 않는 경제 모델은 결국 정당성 위기를 맞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당성은 민주주의 정부가 제도와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부여하고 법치를 실행하는 근거가 된다.

통신과 교통 발전이 널리 확산된 이 시대에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은 특히 부의 피라미드에서 하단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부유층이 자신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빈곤층은 기대 수준이 바뀌고 자신들의 삶이 조금씩 개선되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안보 위험

정책 결정자와 안보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꾸준히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 경제 포럼은 2012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갤럽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생활 수준이 하락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잃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국제 통화 기금 총재는 포용적 자본주의 콘퍼런스에서 “격차도 분열을 일으킨다” 고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정치적 투쟁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갈라놓으면 민주주의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정서는 알카에다나 이슬람 국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강한 호소력과 현대 통신 기술을 십분 활용하여 손쉽게 강화하고 악용할 수 있다.

이제, 2015년 피케티가 프랑스의 르 몽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슬람 국가의 부상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꾸준한 심화 때문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다양한 분야의 문헌과 연구를 검토해 볼 때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사회 불안, 정치 불안정, 폭력적인 분쟁과 상당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매우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 박탈감과 불평등은 분노의 다른 원인을 자극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기존 시스템의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급진화를 촉진시킬 수 있으며, 이는 사회 불안과 폭력적인 정치 표현의 기회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슬람 국가 문제 해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개선하고 국내외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문제의핵심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