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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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에서 얻은 교훈: 생명을 구하는 민군 대화

포럼 스태프

인도 태평양은 세계에서 재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지만 군대, 민간 정부, 인도주의 단체 사이에 명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도로가 복구되고 군 장비가 인도주의 단체와 정부의 작업을 보완하면 구호 물자 전달과 이재민을 위한 피난처 제공이 가능해진다.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의 민군 관계 조정관 켄 흄(Ken Hume)은 태국에서 진행된 코브라 골드 2018 훈련에서 연설을 마친 후 “민군 대화의 중요성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며 “정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여기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에 따르면 매년 지진, 쓰나미, 태풍, 홍수, 산사태, 화산 분출로 인해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인도 태평양에서는 민군 대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2015년 5월 지진 당시 네팔 군인들이 긴급 구호 물자를 하역하고 있다. 로이터

유엔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6년 사이 인도 태평양에서는 자연 재해로 200만 명 이상(매년 평균 4만 3000명)이 사망했으며 2016년 한 해에만 자연 재해로 5000명이 목숨을 잃고 미화 77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인도 태평양은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자연 재해 사망자의 57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이곳 주민들은 기타 지역 주민보다 자연 재해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다섯 배나 높다.

사망자를 줄이고 재해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정부 기관, 인도주의 단체, 군은 협력 개선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및 태평양의 인도주의적 민군 협력을 위한 지역 컨설팅 그룹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한데 모으는 지역 포럼으로 2014년 설립됐다. 인도주의 단체 인력이 군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브라 골드는 태국 육군과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부가 공동 후원하는 연례 다국적 종합 훈련이다. 코브라 골드 2018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 및 재해 구호 테이블톱 훈련과 고위 지도자 세미나를 통합한 인도주의적 지원 및 재해 구호 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인도 태평양의 지역 컨설팅 그룹은 작전 계획 중 많은 부분을 유엔 인도지원조정실 우선 국가로도 알려진 5대 취약국, 즉 방글라데시, 버마, 인도네시아, 네팔, 필리핀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 컨설팅 그룹이 가장 먼저 권고한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재해 대응 중 민군 조정 메커니즘과 각 역할의 예측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응 실무에 대한 공통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공통 이해는 대응 시간을 줄이고 중복 조치를 피하며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흄은 “평시 재해 대응의 경우 준비 태세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브라 골드 훈련 같은 이벤트에서 대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홍수나 지진 발생 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이해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타클로반 인근 해안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태풍 하이옌이 남기고 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나무 문을 고치고 있다. AFP/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 대응 기관의 역량을 아는 것과 더불어,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지역 및 국제 협력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관료주의로 인한 지연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자, 통관, 영공 통과 등의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군이 생명 구조 장비를 투입하지 못하거나 재해 지역에 아예 도착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 아시아 태평양 지부의 비비아나 드 안눈티이스(Viviana De Annuntiis)는 2018년 보고서에서 5대 취약국이 재해 시 민군 대화 계획을 각각 독자적으로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각 계획의 목표는 “대응 초기 단계에 생명 구조 지원의 속도, 규모, 질을 개선하고 피해 국가가 주도하는 활동을 보완”하는 데 있다.

5대 취약국의 재해 역사는 이러한 대응의 동기화 필요성을 보여준다.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2007년 11월 열대 사이클론 시드르가 방글라데시를 덮쳐 4200명의 사망자와 6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키며 큰 피해를 안겼다. 호주 민군 센터가 자금을 지원한 지역 컨설팅 그룹의 2017년 사례 연구 보고서는 사망자수가 이처럼 높았지만 “지난 40년 동안 강력한 열대 태풍으로 방글라데시가 겪어온 사망자수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속이 시속 260킬로미터에 이르는 시드르가 방글라데시를 강타한 2007년 11월 15일, 전국의 판잣집, 주택, 학교가 무너지고 나무들이 뽑혀 나갔다. 현지 관계자들은 1991년 사이클론 고르키 때보다 피해가 심했다고 설명했지만 사망자수는 훨씬 적었다. AP 통신은 고르키의 경우 치타공 인근 주민 약 1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70년 11월 12일에는 사이클론 볼라가 무려 5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이클론 시드르는 진행 경로가 이전 사이클론과 유사했으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개선된 준비 태세였다. 2007년에는 이재민들이 1800개 대피소에 나누어 수용됐고 의류, 담요, 식량으로 구성된 비상 재해 키트가 제공됐으며 군은 의료 캠프를 세워 민간 진료 작업을 보완했다. 방글라데시 공군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헬리콥터 18대를 동원하여 구호 물자를 수송했고 군은 도로 정비와 통신 시설 복구 작업도 진행했다.

방글라데시와 미국 정부가 협력하여 민간인들을 강력한 태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다목적 사이클론 대피소를 건설했다. 영국 국제 개발부

흄은 민군 대응 조율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 군이 일단 주요 인프라 복구 작업에 참여한 후 신속히 지원 규모를 줄여 인도주의 단체와 정부가 의료, 음식, 재건 문제를 계속 처리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은 도로 개설, 교량 건설, 물자 수송 등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중요한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클론 시드르가 지나간 후 방글라데시는 미국과 협력하여 비상 대피소로도 사용할 수 있는 학교 88곳을 새로 건설했다.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미국 육군 공병대가 관리하는 이 학교들은 평상시 학생 200명을 수용하고 비상시에는 1800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은 또한 방글라데시 전역에 해안 위기 관리 센터를 건설하는 데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각 센터는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과 최대 시속 260킬로미터의 풍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도네시아: 화산 활동

지역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 개의 지각판 위에 걸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500개의 화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28개가 활화산이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태평양 태풍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태풍, 해일, 산사태, 홍수, 가뭄도 자주 일어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루 평균 20차례의 소규모 지진이 일어나고 지난 20년 동안 큰 산불이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1975년부터 2015년까지 각종 재해로 인한 손실은 미화 약 183억 달러에 이른다. 2016년 한 해에만 재해로 사망자 522명과 이재민 300만 명이 발생했고 2006년 요그야카르타 지진은 5778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동시에 미화 31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은 태풍 하이옌 이재민들에게 임시 대피소를 제공하는 한편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긴급 종자를 공급했다. AFP/GETTY IMAGES

역사상 최악의 쓰나미도 인도네시아 해안 인근에서 시작됐다. 일부 국가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을 휴일로 지정한 데서 이름을 따온 소위 박싱 데이 쓰나미는 2004년 12월 26일 수마트라 북단의 대규모 지진에서 시작됐으며 이로 인해 14개 나라에서 23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13만 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스리랑카, 인도, 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잦은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민군 대화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특별히 “대규모 재해 시 외국군 장비 수용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재해 시 군은 지원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인도네시아에서는 군이 주 대응 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러한 결정은 재해 빈도와 규모 그리고 군의 신속한 자원 배치 능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17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재해 대응 시 모든 이해당사자의 기본 지침서가 되는 국가 재해 대응 프레임워크를 완성했다.

지원을 환영하는 버마

버마 역시 홍수, 가뭄, 지진, 사이클론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2008년 5월 2일에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최소한 13만 80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미화 4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일으키며 역사상 최악의 재해로 기록됐다.

지역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버마는 역사적으로 군사 정권의 통치 아래 외국과의 교류가 제한적이었으나 지난 10년 사이 “민군 협력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루었고 이를 통해 재해 관리 역량이 크게 강화되었다.

이제 버마는 지역 내 인도주의적 지원 및 재해 구호 훈련에 참가하면서 주요 이해당사자와 워크숍을 통해 민군 소통을 개선하고 있다.

지역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과거 버마는 재해 시 외국군이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의 양을 엄격히 제한했으나 현재는 이웃 국가들을 비롯해 여러 아세안 회원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양자 조약을 체결한 상태다.

네팔의 난관

네팔에서는 매년 찾아오는 우기와 산악 지형 때문에 산사태와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네팔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지진 활동이 왕성한 유라시아와 인도 지각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4월 25일 고르카 지진 대응에서 얻은 교훈은 지역 전역의 재해 대응 계획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지진으로 거의 9000명이목숨을 잃고 약 2만 20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특히 에베레스트산 산사태로 21명이 사망하면서 에베레스트산 역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이 지진 대응에 18개국의 군 자산과 인도주의 구조대원 수천 명을 비롯해 엄청난 규모의 국제 지원이 투입됐으며 흄은 국제 적십자사 적신월사 연맹에서만 지상 대원 8000명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네팔군과 협력해 네팔에 인력과 장비를 보낸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부는 대응 내용을 사후 검토하는 자리에서, 유엔의 새로운 조정 전략을 구성하는 인도주의-군 활동 조율 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됐다고 평가했다.

독일 적십자사가 2015년 4월 네팔 지진 당시 총 60톤의구호 물자 중 일부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AP 통신

지역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는 “인도주의-군 활동 조율 센터는 유엔이 아시아 태평양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민군 조율을 추진하는 새로운 기관”이라며 “이 센터는 자연 재해 대응 시 인도주의 단체와 군 사이의 정보 공유, 업무 분담, 활동 계획 조율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는 이 센터는 외국군 활용을 비롯한 활동 계획을 평가하고, 외국군의 적절한 지원 수준과 투입 장소에 대해 조언을 제공했으며, 군에서 민간 자산으로의 전환 그리고 군 철수 및 재배치 시기를 정하는 기준을 파악했다.

태풍의 눈, 필리핀

2013년 11월 8일, 5등급 슈퍼 태풍 하이옌(필리핀 명: 욜란다)이 필리핀 중부를 가로지르며 육지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이 태풍으로 73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1290만 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미화 1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22개국에서 군 인력을 파견한 것을 비롯하여 모두 57개 나라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서태평양에 위치한 필리핀은 태풍, 산사태, 우기 등 다양한 자연 재해에 노출되어 있으며 매년 평균 아홉 개의 열대 폭풍이 필리핀을 강타한다.

하와이 소재 재해 관리 및 인도주의적 지원 탁월성 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하이옌에 대한 재해 대응을 검토한 전문가들은 인명을 구하기 위한 세 가지 모범 사례를 개발했다.

  1. 일반적으로 알려진 “종합” 경보 시스템은 국가가 위기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과학 모델링, 데이터, 기술, 일기예보 전문성
    등이 포함된다.
  2. 다국적 조율 센터를 통한 민군 협력은 민간 부문이 외국군 자산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3. 민간 분야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면 국가 위기 대응 능력을 대폭 강화하여 훨씬 많은 국민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재해 관리 및 인도주의적 지원 탁월성 센터의 후속 보고서는 하이옌에서 배운 이러한 교훈이 1년후 태풍 하구핏이 덮쳤을 때 어떻게 실행됐는지 검토했다. 해당 보고서인 “재해 대응시 민군 협력 강화: 필리핀이 태풍 하이옌(욜란다)에서 배운 교훈을 어떻게 재해 대비 및 대응 모범 사례로 발전시켰는가(2015년)”는 다음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cfe-dmha.org/.

국제적십자위원회 동남아시아 군 인력 담당자 폴 베이커(Paul Baker)는 코브라 골드 같은 훈련에서 민군 협력을 반드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쟁 지역에서 전투가 진행 중이지 않은 시기는 바로 공통 지식을 개발할 기회다. 그는 이 같은 훈련을 통해 재해 대응
관련 주체가 한데 모여 “모든 상황이 잘못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