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채권자 제국주의

중국의 채권자 제국주의

중국의 대출 전략이 채무국의 천연자원과 주권을위협하고 있다

브라마 첼라니(BRAHMA CHELLANEY)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함포 외교를 벌였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이 국채를 사용해 다른 나라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 스리랑카가 전략적 항구 함반토타를 중국에 이양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를 펼치는 중국과 채무 관계로 얽힌 국가들은 현재 천연자원과 주권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2017년 12월, 엄청난 대 중국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스리랑카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한 함반토타 항구를 공식적으로 중국에 넘겨주었다.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이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칭하는 일대일로의 시각에서는 획기적인 인수인 동시에 중국이 펼치는 빚의 함정 외교 전략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스리랑카 정부가 함반토타 항구 건설을 위한 막대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대신 중국의 합작투자회사에 항구를 임대하기로 한 가운데 수백 명의 스리랑카인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통신

더 나아가, 중국이 “파트너”라고 부르며 금융 지원을제공하는 국가들에게 어떤 족쇄를 채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중국은 원조금이나 양허 대출 대신 대규모 프로젝트 관련 대출을 시장 금리로 제공하는데 이 과정에는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환경 영향이나 사회적 영향 평가도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진다. 2017년 12월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일대일로를 언급하며 중국이 “자신만의 규칙과 기준”을 세우려 한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가능하면 전략 항구의 완전한 인수를 노리고 입찰에 참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중국 기업은 2016년 재정난에 처한 그리스 정부로부터 미화 4억 3천 6백만 달러에 피레아스 항구를 매입했으며 이는 유럽에서 일대일로 전략의 “용의 머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금융 영향력 행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첫째, 수출 확대로 국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원하고 있다. 둘째, 전략적 이익의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외교적 영향력 확대, 천연자원 확보,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 촉진, 강대국들과의 국력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중국이 함반토타 항구를 손에 넣기 위해 사용한 약탈적 접근법은 역사의 역설을 보여준다. 중국은 스스로 “굴욕의 세기”로 부르는 시기, 즉 1839~1860년아편 전쟁으로 시작되어 1949년 공산당의 정권 쟁취로 막을 내린 유럽 식민지 시대에 자국이 서구 강대국으로부터 당했던 약탈 방식을 오늘날 스리랑카 같은 소규모 국가에게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2017년 8월 중국이 이미 병력을 배치한 지부티 내 중국 군사 기지에서 창설식을 진행한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AFP/GETTY IMAGES

1997년 중국은 1세기 동안 영국이 통치했던 홍콩에 대한 주권을 되찾으면서 이를 역사적 불의 바로잡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반토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이제 홍콩 스타일의 신 식민지 제도를 수립하고 있다. 시 주석이 약속하는 “중국 민족의 위대한 부활”은 분명 소규모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함포 외교를 벌였던 것처럼, 중국은 이제 총기 대신 국채를 사용해 다른 나라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금융 제안은 과거 영국이 중국에 수출했던 아편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 중국은 장기적인 전략적 가치에 따라 프로젝트를 선택하므로 채무국의 입장에서는 단기 수익을 얻더라도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러한 협상력 우위를 바탕으로 채무국으로 하여금 부채와 자본을 맞바꾸도록 강제할 수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이 같은 부채의 덫에 걸리는 사이 중국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함반토타 항구의 99년 장기 임대계약도 과거 중국이 서양 식민 세력에 자국 항구를 임대하도록 강요받았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영국은 1898년 중국으로부터 이른바 신제 지역을 99년간 임차했으며 이를 통해 홍콩의 면적이 90퍼센트 증가했다. 그러나 99년이라는 임대 기간은 단지 만주 청나라 왕조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명목일 뿐 당시 영국의 홍콩 인수는 영구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이 99년 임대 개념을 이제는 중국이 먼 곳의 다른나라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2017년 여름에 체결된 중국의 함반토타 항구 임차 계약에는 중국이 스리랑카의채무액 중 미화 11억 달러를 탕감해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2015년에는 미국 해병대원 1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호주의 심해항 다윈을 한 중국 기업이 미화 3억 8천 8백만 달러에 99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은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던 지부티에 수십억 달러의 대출을 지원한 후 2017년 작지만 전략적 요충지인 이곳에 최초의 해외 군사 기지를 구축했다. 이 군사 기지는 미국 해군 기지(아프리카 유일의 영구적 미국 군사 시설)에서 불과 몇 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부채 위기에 몰렸던 지부티는 매년 미화 2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해당 대지를 중국에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협상력 우위를 이용해 대부분 자국이 원하는 조건으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그 밖에도 아르헨티나, 나미비아, 라오스 등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채무 함정에 빠져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케냐도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어 동아프리카의 관문인 몸바사 항구가 제2의 함반토타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모든 사례들은 일대일로 전략이 본질적으로는 신화 속 중세기 왕국을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의 제국주의 프로젝트임을 일깨우는 경고 신호다. 중국과채무 관계로 얽힌 국가들은 현재 천연자원과 주권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신 제국주의 강대국이 부드러운벨벳 장갑 안에 쇠주먹을 숨긴 채 작은 나라들의 숨통을 조일 기회를 노리고 있다.

본 기사는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해설 및 분석 기사를 보도, 판매하는 국제 미디어 조직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의 승인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2017년 12월 20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웹사이트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